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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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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5.30

[2017-05-29] 횡성희망신문 - [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22화. 찰떡궁합 '돌배나무집'과 '물장군'
No. 74   등록일 : 2017.05.30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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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궁합 ‘돌배나무집’과 ‘물장군’
[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21) 횡성희망신문

찰떡궁합 돌배나무집물장군
수령 오랜 돌배나무 베어낸 뒤 동네 사람많이 죽고 동네없어져...
돌배나무 순백의 아름다움 잊지 못해 구해심으니 돌배나무집제 주인찾고,
추수 후 논물 빼버려 멸종위기 물장군 위해 논 만들어
줄띄우며 모심기 힘들어도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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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후에 논물을 떼게 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물장군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논을 만들고 전통방식으로 줄모내기를 했다.


5월의 끝자락. 푸르름과 찬란함으로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데 요즘은 30도 가까운 더위가 이어지면서 꽃도 사람도 지친다.
  때 이른 더위로 무덥지만 천지사방 눈부신 꽃에 취하고 화답하듯 평화롭게 나풀나풀 나는나비로 천국을 느낀다. 자연이 고맙다.

  이미 꽃은 졌지만 큰 그늘로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는 돌배나무와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돌배나무는 커다란 나무를 온통 뒤덮는 하얀 꽃을 피운다. 붉은 빛의 복숭아나 연분홍의 벚꽃, 산수유의 샌 노란색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흰빛이 갖는 소박함과 고고함이 있다. 게다가 진달래 지고 벚꽃이 진 후에 폭죽 터지듯 피어나는 어마어마한 양의 꽃과 향으로 많은 곤충을 불러들인다.

  또 산속에서 아름드리로 자란 돌배나무는 속살이 치밀하여 글자를 새기는 목판(木板) 재료로 사용되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목판도 돌배나무로 만들어져 760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두껍고 단단하며 모래알처럼 거칠거칠한 껍질이 많아 ‘모래배(sand pear)’라고 불리는 돌배나무의 과실로 만드는 ‘돌배주’는 앉은뱅이 술로 유명하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끝없이 마시다가 결국은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강원도의 유명한 술. 곤충을 유혹하는 밀원(蜜源)으로, 깔끔한 담금 술로 혹은 문화재 재료로 쓰임새도 크지만 21년 전 연구소 산 속에서 처음 만났던 돌배나무 순백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돌배나무를 골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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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열매

산 속에 있던 돌배나무, 청배나무를 중장비로 옮겨 와 가로 수처럼 입구부터 쭉 심으니 꽃피는 5월 초나 중순이면 꽃길을 걷는다.
  10여 년 전 갑천면에 근무하던 신구선 씨가 (현재 횡성군 축산과장) 앞으로 좋은 용도로 쓸 수 있을 거라며 주었던 30그루의 돌배나무 묘목이 합해져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잘 쓰고 있다.

  연구소 터에 있던 수령이 오래된 돌배나무를 한전에서 전신주를 세운다고 벤 이후로 동네 사람도 많이 죽고 대부분 주민들이 이사하면서 동네 자체가 없어졌다 한다. 아마도 동네 수호신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30년을 비웠던 동네에 내가 들어왔다. 오래 전 이곳에 살았던 동네 분들이 추석 성묘와서는 ‘돌배나무집’이 다시 제 주인을 찾았다며 신기해한다. 생태적 요소나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좋아서 돌배나무를 심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아름드리 돌배나무가 즐비하니 원래대로 ‘돌배나무집’이 되었고 자연스레 잘 어울려 보기도 좋다. ‘돌배나무집’과 내 궁합이 딱 맞는 것 같다.

  의미 있는 또 다른 인연이 있다. 바로 물장군.

  물장군은 물속에서 사는 곤충으로 ‘전별(田鱉)’이라는 또 다른이름을 갖고 있다. 전별은 ‘밭에 사는 자라’라는 뜻으로 한자 ‘밭전(田)’자는 논이든 밭이든 경작하는 땅을 의미하고, 자라 별(鱉)은 생긴 모양이 자라처럼 보여 전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집 앞에 있는 문전옥답을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늘 쉽게 볼 수 있었던 친근한 곤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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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산개구리를 먹는 물장군 어른벌레

물장군은 물속의 거대하고 힘센 포식자이지만 막 알에서 깨어난 애기 물장군은 아직 몸집이 작고 사냥이 서툴다. 그래서 물장군 애벌레들에겐 느리고 작은 올챙이가 없어서는 안 될 먹이. 경칩 이후 올챙이가 무럭무럭 자랄 쯤 물장군 애벌레가 알에서 부화한다.
  논에는 시기적으로 딱 맞게 올챙이부터 중간 크기의 송사리가 자라고 큰 붕어도 있어 늘 먹이는 풍부하다.
  특이하게 물장군은 알을 물 위에 있는 물풀에 낳는데 아마 물속에 사는 모든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다보니 모든 물속 생물이 천적이 되었고 그래서 제 새끼 낳을 때는 물속이 아닌 물밖에 낳으려는 생각인 게지. 벼는 알을 낳을 수 있는 좋은 산란처(産卵處)고 벼가 자라면서 숨어 사냥할 곳도 넉넉해서 논은 물장군에게 그야말로 가장 완벽한 서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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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수초에 알을 낳고 보호하고 있는 물장군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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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를 먹는 물장군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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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를 먹는 물장군 애벌레


논은 한 겨울에도 항상 물을 가두어놓고 이듬해 모내기할 때까지 물 관리를 해서 언제나 물이 있었다. 그러나 보를 만들면서 물 대기가 쉬워지자 벼 베기를 할 즈음이면 물을 빼버리고 모 낼 때면 다시 물을 대는, 물이 들락날락하면서 늘 사는 곳이 불안해졌다. 자연스레 물장군의 서식처가 없어지게 되었다.

  자연 서식지가 거의 파괴되어 물장군은 멸종위기 곤충으로 지정되어 인공 사육, 증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귀하디귀한 물장군을 먹여 살리느라 올챙이부터 물고기까지 물장군 먹이 값으로 일 년에 보 통 2,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 숫자가 늘어나면서 한도 끝도 없이 늘어만 가는 먹이값을 논에서 올챙이와 물고기를 키우며 보충하고, 가장 좋은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논을 만들
었다.

  내리다 만 ‘찔끔 비’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뭄이 심해 계곡에 호스를 대고 논에 물을 채웠다. 멀쩡하게 만들어 놓은 보를 써 보지도 못하고 생고생을 하니 화가 난다. 조금만 수리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보를 두고, 논에 돈 들여 관정을 파라느니, 내년에 새로 설계해서 보를 새로 만들자고 하거나...참 영혼없는 공무원때문에 몇 날 몇 일을 열 받았다. 내년까지 기다리라는 횡성군 갑천면 담당자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전통 방식대로 줄을 띄우고 허리를 굽혀 벼를 심느라 고생은 했지만 즐겁다. 수련원과 함께 물장군을 자연 상태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논 생태계를 만들어 주었으니!

  곧 없어질 멸종위기곤충 ‘물장군’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그냥 좋아서 했는데 요즘은 수많은 인연들 중 필연이라 느껴진다.잘 맞고 편안하니 ‘돌배나무집’도 ‘물장군’도 나와는 찰떡궁합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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